Beyond the Expectations of Organizational Delayering in Korean Firms: Verifying the Effectiveness of Job Grade Simplification Through News Text and Panel Data Analysis
1 Seoul National University
DOI: https://doi.org/10.17287/kmr.2026.55.2.873
Abstract
This study examines the effects of job grade simplification, a prevalent form of organizational delayering in Korean firms, on organizational culture. Although job grade simplification is intended to reduce hierarchical rigidity and promote horizontal interaction, empirical evidence regarding its cultural impact remains limited. Drawing on Schein’s (1983) three-level model of organizational culture and Blumer’s (1986) symbolic interaction theory, this study investigates whether artifact-level institutional change diffuses into deeper cultural layers. Using a mixed-method approach, Study 1 analyzes media discourse through news text analysis and identifies hierarchy reduction and horizontal culture as the primary intended outcomes of job grade simplification. Study 2 employs panel data from the Human Capital Corporate Panel (HCCP) to examine whether these expectations are realized in practice. The results show that job grade simplification has no significant effects on hierarchy-oriented or innovation-oriented organizational culture, and the moderating roles of autonomy and performance-based pay are not supported. Overall, the findings demonstrate that institutional reforms such as job grade simplification do not automatically translate into changes in deep-seated organizational culture. By empirically identifying the gap between institutional change and cultural transformation, this study highlights limitations of delayering as a stand-alone mechanism for cultural change.
Ⅰ. 서론
직급파괴는 조직의 수직적 위계를 완화하고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구조를 지향하기 위한 인사제도 개혁의 한 형태이다 (삼성경제연구소, 2000). 전통적인 직급 체계는 명확한 권한과 책임 분담을 통해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수직적 위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경직된 의사소통 구조, 권위적이고 위계적인 문화, 연공서열 중심의 승진 관행 등을 심화시켜 조직의 혁신과 자율성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초래하였다(삼성경제연구소, 2000; 오혜경, 2004).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대안으로 직급파괴를 통한 조직 유연화의 노력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국내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직급 단순화 및 호칭 파괴와 같은 구체적인 직급파괴 제도가 활발히 도입되는 추세이다. 이는 경직된 조직 문화를 해소하고, 구성원 간 수평적인 소통과 협력, 창의성을 촉진하여 조직의 성과를 향상시키려는 전략적 목표에 기인한다.
직급파괴는 단순히 호칭을 변경하거나 직위의 개수를 줄이는 것을 넘어서는 개념으로, 조직구성원 간의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고, 권한과 책임을 재조정하여 보다 능력 중심적이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직급파괴 제도의 도입이 실제로 조직 내 위계질서를 완화하고 수평적, 혁신적 조직문화를 활성화하는 데 성공하고 있는가?
도입 후 시간이 지난 지금, 그 효과에 대해서는 상반된 평가가 존재한다. 일부 기업은 제도 시행 이후 다시 기존 직급 체계로 회귀하는 등(예: KT, 포스코, 한화 등) 직급파괴의 실효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논쟁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실무적 관심과 제도 확산의 속도에 비해, 학문적으로 제도의 효과를 체계적으로 검증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에 기인한다. 기존 연구들은 직급파괴의 개념적 분류(삼성경제연구소, 2000)나 도입 사례의 질적 접근(오혜경, 2004), 그리고 구성원의 인식에 초점을 둔 양적 연구(유종옥&양성병, 2019)에 그쳤다. 이러한 연구들은 제도의 도입 맥락이나 제도의 도입에 의해 구성원이 느낄 수 있는 공정성 인식에 국한되어 있어, 직급체계 변화가 실제 조직문화에 미치는 효과를 직접적으로 검증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 이러한 실증연구의 부족은 직급파괴가 실무에서는 활발히 논의되어 온 반면, 학문적으로는 개념의 정립과 측정지표의 부재로 인해 정량적 분석이 어려웠던 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본 연구는 Schein(1983)의 조직문화 3단계 모형을 이론적 틀로 활용하여, 직급파괴라는 표면적 ‘인공물’ 수준의 제도적 변화가 조직구성원들의 ‘가치관’과 ‘기본 가정’이라는 심층적 인식 체계에도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체계적으로 탐색한다. 또한 상징적 상호작용 이론(symbolic interaction theory)을 보완적으로 활용하여, 이러한 변화가 구성원 간 상호작용을 통해 어떻게 해석되어 조직의 문화로 정착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Blumer, 1986; Ornstein, 1986). 이를 통해 직급단순화와 같은 가시적 제도 개편이 단순히 형식적·상징적 차원에 머무르는지, 아니면 실제 조직구성원들의 행동 방식과 의사소통 패턴에까지 영향을 미쳐 근본적인 조직문화의 변화로 이어지는지를 실증적으로 검증하고자 한다.
특히 본 연구는 직급파괴 제도의 도입이 반드시 조직문화의 수평화나 혁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한다. 즉, 제도의 표면적 변화(인공물 수준)가 구성원의 인식과 가치 수준의 변화로 기계적으로 확산되지 않으며, 그 효과는 조직이 구성원에게 제공하는 내부 제도적 환경에 따라 강화되거나 약화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한다. 다시 말해, 동일한 직급단순화 제도라 하더라도 조직 내 자율성의 수준이나 성과보상 체계와 같은 관리·보상 제도가 어떠한 맥락을 제공하는가에 따라, 구성원들이 해당 제도를 해석하고 의미화하는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연구는 제도 변화와 문화 변화 간의 간극(cultural gap)을 단순한 효과의 부재로 해석하기보다, 제도적 맥락에 의해 조건부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실증적으로 조명하고자 한다. 이를 연구질문의 형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연구질문: 과연 직급파괴가 조직 내 위계질서를 완화하고, 수평적·혁신적 조직문화를 활성화하는데 기여하는가? 더 나아가, 이러한 효과는 조직의 내부 제도적 환경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본 연구는 두 가지 상호보완적 접근법을 활용한다. 첫째, 빅카인즈 뉴스 텍스트 분석을 통해 직급파괴 제도의 사회적 등장 맥락과 기업들이 이를 도입하며 기대했던 효과에 대해 살펴본다. 둘째,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패널 데이터를 활용하여 직급파괴가 실제로 조직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정량적으로 검증한다. 이 과정에서 직급단순화의 효과가 조직의 내부 제도적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지를 함께 분석함으로써, 직급체계의 외형적 변화가 조직구성원들의 내면적 가치체계와 문화적 인식에 미치는 영향력의 범위와 경계조건, 그리고 그 한계를 실증적으로 확인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학술적·실무적 공헌은 다음과 같다. 학문적으로 Schein(1983)의 조직문화 3단계 모형과 Blumer(1986)의 상징적 상호작용 이론을 결합하여, 제도 변화와 문화 변화 간의 관계를 통합적으로 검토함으로써 조직문화 이론의 지평을 확장한다. 특히, 본 연구는 직급단순화 제도의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게 나타난 결과를 한계로 보지 않고, 오히려 조직문화 변화를 제도 변화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핵심 발견으로 제시한다. 이는 Schein(1983)의 모형이 제시하는 ‘인공물–가치–기본가정’ 간의 변환이 자동적이지 않음을 뒷받침하며, 직급파괴 담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틀을 제공할 것이다. 실무적으로는 직급파괴 제도를 도입했거나 고려 중인 기업들에게 호칭이나 직급체계의 형식적 변화만으로는 조직문화의 근본적 전환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현실적 통찰을 제공한다. 나아가 조직문화의 실질적 변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공정성 관리 등 구성원 인식 수준에서의 병행 전략이 필수적임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직급 관련 제도 개편을 고려하는 기업들이 제도의 한계와 조건을 명확히 인식하고, 문화적 내면화(cultural internalization)를 유도할 수 있는 실질적 전략 수립에 기여할 것이다.
Ⅱ. 이론적 배경
2.1 Schein(1983)의 조직문화 3단계 모형과 Blumer(1986)의 상징적 상호작용 이론(symbolic interaction theory)
Schein(1983)은 조직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틀로 세 가지 수준의 문화, 즉 인공물과 창조물(artifacts), 가치(values), 기본 가정(underlying assumptions)으로 구성된 3단계 모형을 제시하였다. 첫 번째 수준인 인공물과 창조물은 조직구성원들의 눈에 직접 보이는 가시적 요소들로, 복장, 사무실 배치, 업무 프로세스, 호칭 등 외형적 형태를 포함한다. 하지만 이 단계의 요소들은 단순히 ‘보인다’고 해서 그 의미를 명확히 파악할 수는 없으며, 그 이면의 의미나 맥락은 추가적인 해석을 필요로 한다.
두 번째 수준인 가치는 조직 내에서 ‘무엇이 옳은가’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제공하는 인지적 틀이다. 조직구성원들은 이러한 가치를 통해 행동 방향을 설정하고, 의사결정에 있어 준거점을 마련한다. 마지막 단계인 기본 가정은 오랜 시간 축적된 경험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내면화된 신념이나 인식 체계로, 구성원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을 의미한다. 이 단계의 문화는 매우 깊숙이 자리하고 있어 외부에서 변화시키기 어렵다.
이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각 단계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상호작용함을 알 수 있다. 기본 가정과 가치는 인공물의 형태로 나타나고, 거꾸로 인공물의 변화는 가치와 기본 가정에 대한 도전을 의미할 수도 있다. 즉, 가장 표면적이고 가시적인 인공물 수준의 변화는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가치와 기본 가정이라는 내면적이고 심층적인 문화 수준의 영향을 받을 수도, 영향을 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본 연구는 상징적 상호작용 이론을 보완적으로 활용한다. 상징적 상호작용 이론은 인간이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다양한 사회적 상징(symbols)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해석에 따라 현실을 구성한다고 본다(Blumer, 1986). 조직문화의 3단계 모형에 적용하면, ‘인공물’은 단순한 제도적 요소가 아니라 구성원들의 상호작용 속에서 끊임없이 해석되고 재구성되는 상징적 장치가 된다(Ornstein, 1986). 예를 들어 직급이나 호칭과 같은 인공물이 조직 내에서 위계와 권위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해석되었다면, 구성원들의 반복된 상호작용을 통해 이러한 상징적 의미는 공유된 가치와 더 나아가 무의식적 기본 가정으로 내재화될 수 있다. 즉, 표면적 인공물 수준에서의 변화가 성공적으로 내면적 수준의 가치와 기본 가정으로 이어지려면 구성원들이 이 변화를 실제 상호작용 속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한다(Mac Lean, 2008). 이를 종합한 조직문화의 다층적 상호작용 구조는 그림 1
이를 바탕으로 국내 직급파괴 제도 도입에 대해 살펴보자. 기업들이 시도하는 직급 단계 축소나 호칭의 변화는 인공물과 창조물 수준에서의 변화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조직의 가치와 기본 가정에 대해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겠다. 하지만 기본 가정과 가치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인공물과 창조물 수준의 변화가 과연 효과가 있을지 알 수 없다. 또한 표면적인 변화에 대해 구성원들이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지 그 해석과 과정에 따라 효과여부는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기존의 강한 위계질서를 가진 한국 조직문화에서는 인공물 수준의 변화만으로 조직구성원의 기존의 위계에 대한 인식과 해석을 수평적으로 전환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관련하여 우선 한국 조직사회의 위계와 이를 대변하는 직급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2 직급과 직급파괴
직급(job grade)이란 직무의 종류, 곤란성, 책임의 정도가 비슷한 지위를 한데 묶어 분류(job classification)한 최하위의 구분으로 정의된다(오혜경, 2004). 이는 조직 및 인사운영 목적상 조직구성원들을 적절한 등급으로 나누어 계층별로 묶어 체계적으로 배열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공무원의 행정 직렬에는 일반적으로 1급, 2급, 3급, 4급 등의 직급을 사용하고 있으며 일반 기업체에서는 보통 부장, 차장, 과장, 대리, 주임, 사원 등의 직급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직급은 조직구성원의 신분과 처우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데, 현대의 인사관리에서는 이를 하나의 자격 단계 혹은 능력 향상단계로 간주한다. 즉, 직급체계는 구성원의 신분을 나누고 이를 통해 신분 비전을 제시하여 구성원들을 동기부여하고 담당 업무와 등급에 따라 필요한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직급(grade)과 유사한 개념으로는 직위(position), 직책(title), 직무(job) 등이 있으며 각각은 조직 내에서 구성원에게 부가된 직무와 책임, 조직 내의 권한에 대한 관리체계, 그리고 과업들이 모여서 한 사람 분의 일을 분리하여 명명한 것을 의미한다(오혜경, 2004).
한국사회에서 직급과 직급에 맞춘 호칭은 단순히 ‘부르는 이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이는 하나의 신분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부르는 호칭을 통해 조직구성원들 사이의 관계가 규정지어지고, 상하 수직 관계를 대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직 내에서의 구성원의 신분은 본인의 역량과 시장가치를 나타내고, 이는 나아가 연봉의 차이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기존의 직급이라는 틀은 연봉제 등으로 대표되는 유연한 인사관리를 저해할 수 있다. 왜냐하면 본인을 특정 직급에 가두고, 그 직급에 따른 연봉의 상, 하한을 두면서 해당 직급의 구성원에게 줄 수 있는 연봉이 한계에 갇혀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 노동시장은 기존의 위계에 따른 조직 운영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전통적 직급체계는 여전히 연공서열(seniority)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현대 인사관리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구조적 제약을 지닌다. 첫째, 경직된 직급 구조는 외부에서 우수 인재를 영입할 때 기존 직급 체계 내에 적절히 배치하기 어렵게 한다. 직급이 근속년수나 연차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 경력이 짧은 우수 인재는 기존 체계 내에서 자신의 성과 수준에 상응하는 직급을 부여받기 힘들다(한두희&김상철, 2024). 예컨대 스타트업이나 해외 기업 등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인재가 연차 기준이 낮다는 이유로 하위 직급에 편입된다면, 내부 형평성 문제와 조기 이직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Lawler, 2011; 이광현, 2019; 한두희&김상철, 2024). 이처럼 직급체계가 연공 중심으로 고착되어 있을수록, 시장에서 검증된 인재를 유연하게 영입하기도, 기존 고성과자의 자발적 이직을 막기도 어렵다. 둘째, 성과급 등 변동급 제도가 존재하더라도, 직급은 여전히 급여 밴드, 직무 권한, 및 승진 기회 등을 결정하는 핵심 기준으로 작용한다. 이는 구성원의 높은 성과가 제도적 권한의 변화로 즉시 연결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의미한다(Huselid, 1995; 이광현, 2019). 결국 직급체계가 존재하는 한, 조직은 ‘성과 기반 보상’과 ‘직급 기반 권한’이 병존하는 이중적 인사운영의 비효율을 피하기 어렵다.
이러한 한계는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조직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며, 예측 가능한 순차적 승진 경로는 더 이상 젊은 세대에게 강력한 동기요인이 되지 못하고 있다. MZ 세대로 대표되는 새로운 인재들은 단계적 직급 상승보다 자신의 역량과 성과에 따른 즉각적 인정과 보상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호규현 외, 2023). 따라서 조직들에게 직급·보상·직무가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유연한 인사시스템으로의 전환과, 위계보다는 전문성과 협업 중심의 수평적 조직문화에 대한 도입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대응하여 삼성, LG, SK, CJ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앞다투어 직급파괴 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들 기업은 다층적이고 위계적인 기존 직급체계에서 벗어나 개인의 역량과 성과 중심의 새로운 인사체계로 전환하고자 하였다(양재희, 2013). 그 일환으로 시행된 파괴는 변화 정도에 따라 ‘단편적 직급파괴’와 ‘적극적 직급파괴’의 두 유형으로 구분된다. 단편적 직급파괴는 직급의 일부 요소만 변형하는 방식으로, 포지션, 호칭, 급여 파괴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기존의 위계적 구조를 유지한 채 상징적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특징인데, 예를 들어, ‘대리·과장·차장’이라는 호칭 대신 모두를 ‘매니저’로 통일하지만 실질적인 권한과 역할은 기존과 유사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한편, 적극적 직급파괴는 직급 자체를 없애거나 단순화 및 최소화하여 수평적인 조직구조를 구현하려는 전략으로 직무 중심의 권한 배분과 성과 중심의 평가체계로 전환하는, 즉, 직급체계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접근법이다(삼성경제연구소, 2000). 특히 국내에서는 삼성과 LG가 선도적으로 도입한 직급단순화 방식이 가장 널리 확산되어 많은 기업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유종옥&양성병, 2019).
직급 및 호칭 단순화 시도는 국내 다양한 대기업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어 왔다. 예컨대 SK 이노베이션은 2021년부터 전 구성원을 ‘PM(Professional Manager)’이라는 단일 직급으로 호칭하며 기존의 ‘사원–대리–과장–부장’식 위계적 직급 구분을 폐지하였다. 이 제도는 단순히 대외 호칭만 바꾼 것이 아니라 내부 관리 목적의 세부 승급 단계를 없애고, 개인의 역할과 성과를 중심으로 대우하겠다는 방향성을 명시했다(SK 이노베이션 뉴스룸, 2021). IT 기업들 역시 호칭과 직급을 통해 조직문화의 방향을 적극적으로 메시지화 해왔다. 카카오의 경우 과거 구성원들이 영어 이름(예: 브라이언)을 호출하는 문화를 수평성의 상징으로 사용해왔으나, 2024년 이후 계열사 단위에서 영어 닉네임 사용을 중단하고 본명에 ‘님’을 더한 호칭을 공식화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고민서, 2024). 네이버 또한 직급·호칭을 점차 단순화하고 ‘리더’ 중심의 비교적 평평한 구조를 강조해 왔으며, 이름 기반 호칭과 협업 중심 운영을 강화하는 등, 형식적 직급보다 역할과 협업 책임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향으로 조직문화를 설계하고 있다(변상근, 2024). 제조 및 중공업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나는데, 대표적으로 현대중공업은 2020년 12월부터 기술인력직위 체계를 단순화했는데, ‘부장-차장-과장’ 직위를 ‘책임 엔지니어’로 통합하였으며(정민하, 2020), 정유업체인 SK 이노베이션은 한 발 더 나아가 사원부터 부장까지 직급을 폐지하고 PM(프로결정적 매니저)으로 통일해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이세영, 2021).
2.3 직급파괴의 기대효과
이렇듯 국내에서 직급파괴제도를 실무에 도입 및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학술적 연구는 많이 이뤄지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전략적인 관점에서 직급파괴제도의 여러 세부 유형을 정리한 선행연구는 진행된 바 있지만(삼성경제연구소, 2000), 제도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조직원의 관점에서 이들이 어떻게 새 제도를 인지하고 받아들여, 성과를 창출하게 되는지에 대한 구체적 과정은 아직 실증된 바 없다.
관련하여 국내 연구에 대해 살펴보자면, 직급파괴에 대한 질적 연구로는 오혜경(2004)의 사례 연구가 있다. 이 연구는 다양한 업종의 9개 기업을 방문해 직급파괴 도입 현황 및 문제점, 개선방안 등에 대해 조사하였는데 그 결과 호칭파괴에 대하여 원활하게 정착하기 위해서는 경영진 및 간부층의 솔선수범을 통한 지속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며, 중간 계층의 사기 저하 문제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명확한 공감대 형성 및 일에 대한 자부심 고취가 병행되어야 함을 밝혀내었다. 또한 양재희(2013)는 직급파괴제도에 따른 경력정체 지각이 조직 몰입과 이직 의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았으나 직급파괴를 직접적인 변수로 활용하지 않고 ‘경력 정체 지각’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하여 직급파괴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관련하여 양적연구로는 유종옥과 양성병(2019)의 연구가 있는데, 이들은 조직구성원이 직급단계축소를 얼마나 공정하게 인식하는지와 이러한 공정성 인식이 조직 몰입과 혁신적 업무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하지만 이 연구는 직급단계축소 제도 자체의 효과를 직접 측정하기보다, ‘분배공정성’과 ‘절차공정성’이라는 구성원의 주관적 인식을 독립변수로 사용했기 때문에, 직급단계축소라는 제도가 조직에 미치는 객관적이고 직접적인 효과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직급단계축소와 같은 직급체계 변화에 대한 조직원의 인식 또한 구성원 각자가 처한 여러 맥락에 따라 다르게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제도 도입 이전에 이러한 요인들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새로운 제도의 도입과 변화가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시스템 및 제도의 문제보다 제도를 받아들이는 조직구성원들의 인식 변화가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선행연구들을 통해 검증된 바 있다(박혜진&유태용, 2009).
특히 최근 직급파괴를 도입했다가 다시 회귀하는 기업들도 눈에 띈다. 이는 위계질서가 뚜렷한 한국 문화 특성상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는 듯하다. 실제로 한화그룹은 사원에게 ‘씨’, 대리에서 차장까지는 ‘매니저’라고 부르다가 현재는 기존의 직급체계를 부활시켰다. KT 역시 2012년 ‘매니저’로 직급을 통일했지만 시행 4년 6개월만에 직위체계에 따른 직급으로 되돌렸다(파이낸셜뉴스, 2016). 가장 최근에는 포스코가 기존 직급 체계로 돌아왔다(함승민, 2022). 따라서 본 연구는 위에서 제시한 직급파괴의 양면적 현상을 바탕으로, 우선 빅카인즈를 통한 뉴스 분석을 실시하여 직급파괴의 주 목적과 핵심 키워드를 알아본다. 이를 바탕으로 도출된 직급파괴의 주 목적을 종속변수로 설정하여 서론에서 제시한 직급파괴와 위계질서, 그리고 수평적·혁신적 조직문화 활성화 등과의 관계에 대하여 살펴볼 것이다.
Ⅲ. 연구 방법에 대한 개요
본 연구는 직급단순화 제도가 조직문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텍스트 분석과 패널 데이터 분석을 결합한 단계적 연구 설계를 채택한다. 직급단순화는 학문적 논의에 의해 개념화된 제도라기보다, 기업 실무에서 먼저 도입·확산된 제도로서, 그 효과에 대한 사회적 기대와 이론적 예측이 혼재되어 존재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이에 본 연구는 직급단순화에 대해 기업과 사회가 무엇을 기대해 왔는지를 먼저 정리한 후, 그 기대가 이론적으로 어떠한 가설로 정식화될 수 있는지, 나아가 실제 조직 수준에서도 관찰되는지를 단계적으로 검증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연구 1에서는 뉴스 보도를 활용한 텍스트 분석을 수행하여, 직급파괴 및 직급단순화 제도가 어떠한 문제의식과 기대 효과 속에서 논의되어 왔지를 탐색한다. 언론 담론은 기업들이 직급단순화를 통해 완화하고자 했던 조직 문제와, 이를 통해 달성하고자 했던 조직문화적 목표를 집약적으로 반영한다는 점에서, 연구 가설을 설정하기 위한 경험적 출발점으로 기능한다. 본 연구는 연구 1을 통해 직급단순화가 연공서열 완화, 수평적 조직문화, 의사결정 효율성, 혁신 촉진과 같은 효과와 반복적으로 연결되어 논의되어 왔음을 확인하고, 이러한 담론적 기대를 이론적 논의와 결합하여 연구 가설로 체계화한다.
연구 2에서는 연구 1에서 도출된 담론적 기대와 이를 이론적으로 정식화한 가설을 토대로, 직급단순화가 실제 조직의 문화적 특성에 미치는 영향을 패널 데이터를 활용하여 실증적으로 검증한다. 구체적으로, 직급단순화가 조직 내 위계지향문화와 혁신지향문화에 미치는 직접 효과를 분석하고, 이러한 효과가 조직의 내부 제도적 환경, 즉 자율성 수준과 개인성과급 제도의 존재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지를 함께 검토한다. 이를 통해 본 연구는 직급단순화가 담론적으로 기대된 효과를 실제 조직 맥락에서도 실현하는지, 혹은 제도적·문화적 조건에 따라 그 효과가 제한되는지를 확인하고자 한다.
Ⅳ. 연구 1: 뉴스 보도를 바탕으로 한 텍스트 분석
4.1 연구 개요 및 연구 대상
직급파괴와 관련된 언론의 보도를 분석하기 위해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제공하는 빅카인즈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사용하였다. 빅카인즈는 다양한 언론사로부터 수집한 뉴스를 바탕으로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접목하여 이를 분석이 가능한 정제된 데이터로 바꾸어준다. 매일 54개 언론사의 뉴스 콘텐츠들이 자동으로 수집, 분류, 분석되며, 이를 활용하여 연구의 주제를 시기별로 비교하고, 뉴스기사를 바탕으로 키워드를 추출하여 워드 클라우드 분석 등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박현수, 2016; Choi, 2022). 최근 빅카인즈를 활용한 트렌드 분석 및 이슈 분석 등 관련 연구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이는 최근 경영학 및 인사조직 분야에서도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어, 본 프로그램의 품질과 신뢰성은 입증된 것으로 판단된다(예: 김대진 외, 2018; 김연성, 2021; 박지성 외, 2022 등).
4.2 자료 분석
우선 직급파괴와 관련된 언론 보도자료를 분석하기 위해 연구의 분석 시작 시기는 2000년 1월 1일부터, 2024년 12월 31일까지로 한정하였다. 언론사는 중앙지, 경제지, 지역종합지 등 빅카인즈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모든 언론사 기사를 대상으로 설정하였으며, 검색어는 세부적인 직급파괴의 유형 하나하나에 대해서 검색하기 보다는 그 전체를 아우르는 명칭으로서1 ‘직급파괴’를 주된 키워드로 설정하였다. 더불어 선행연구들을 고려하여, 정확한 검색어 처리를 위해 상세검색에서 ‘형태소/바이그램’으로 기본값을 설정하였다(하동엽, 2023). 형태소 검색은 검색 키워드를 문장의 최소단위인 형태소로 구분하는 것이고, 바이그램은 검색 키워드를 두 글자 단위로 잘라 검색하는 방법이다. 이 두 가지 설정 방법을 동시에 적용하여 직급파괴와 관련된 뉴스 기사를 분석하는데 정확성과 적절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검색된 뉴스 기사는 총 279개였으며, 이 중에서 단순 공지나 중복보도인 기사를 제외하였고, 본 연구의 주제와 맞지 않는 신입사원 채용 관련 기사나, 직급을 따지지 않은 파격 인사를 단행한 경우에 대한 뉴스 보도, 구조조정 및 실적 부진 직원을 퇴출한다는 내용의 보도 등의 경우 역시 제외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분석에 사용된 기사는 총 167개이다. 기사의 선별 기준은 다음과 같다 (표 1
Table 1 기사 선별 및 정제 기준
| 구분 | 세부 기준 | 예시 | *결과 |
|---|---|---|---|
| 1단계: 기사 검색 | ‘직급’ 및 ‘직급파괴’ 키워드로 검색 후 도출 | “부장, 대리, 사원.. 직급 없애라지만 아직은 ‘어색한 동거’” | 279건 |
| 2단계: 세부 키워드 검색 | ‘직급’, ‘직급파괴’, ‘직급단순화’, ‘호칭파괴’, ‘호칭제도’, ‘직급제도 개편’ 등 세부 키워드 사용하여 기존 결과 재검증(결과 내 재검색 활용) | “○○기업, 직급파괴 도입”, “김과장 대신 김 매니저” 대기업 직급 없앤다” | 279건 |
| 3단계: 중복 제거 | 동일 기사의 중복 게재의 경우 삭제 | 지면판과 온라인판이 함께 검색된 경우 | 234건 |
| 4단계: 비관련 기사 제거 | 단순 인사 이동, 승진 인사, 외국 기업 사례 등 본 연구 주제와 무관한 경우 삭제 | “○○기업 직급파괴 쇄신인사 단행” : 이 경우 기업의 직급 제도를 개편한 것이 아니라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한 내용이므로 본 연구의 논지와 맞지 않아 삭제 | 186건 |
| 5단계: 내용 완결성 확보 | 기사 본문 내 상세 내용이 있는 경우만 포함. 단순 보도의 경우 삭제 | “수평적 조직문화 조성을 위해 도입” : 이 경우 목적 및 제도가 상세히 기술되어 있어 포함 | 167건 |
| 최종 결과 | 최종 167개 기사 선정 | ||
*단계별 수치는 해당 단계에서 필터링 한 후 잔여 건수 기준임
4.3 연구 결과
4.3.1 키워드 트렌드 분석
국내 직급파괴 관련 기사에 대한 연도별 빈도 분석 결과, 2000년 1월 1일부터 2024년 12월 31일까지 직급파괴와 관련한 언론의 보도는 총 167건으로 집계되었으며, 그 현황은 그림 2
4.3.2 워드 클라우드 분석
또한 본 연구에서는 빅카인즈 시스템의 연관어 분석 알고리즘을 활용해 주요 키워드를 도출하고 이를 빅카인즈 내에서 제공하는 워드 클라우드 형태로 시각화하였다. 워드 클라우드는 언론의 보도 텍스트에서 단어의 발생 빈도가 높은 단어를 시각적으로 크게 표현하는 분석 방법으로, 구체적으로 해당 검색어와 연관어 분석을 통해 가중치 및 빈도를 종합하여 나타낸다. 이를 통해 직급파괴와 함께 논의되는 주요 주제어의 경향을 확인하기에 적합하다 (오경아 & 나규민, 2023; 하동엽, 2023). 직급파괴 관련 워드 클라우드 분석 결과를 정리하면 다음의 표 2
Table 2 워드 클라우드 분석 결과 (상위 20개 키워드)
| 순위 | 키워드 | 가중치 | 키워드 빈도수 |
|---|---|---|---|
| 1 | 팀장 | 19.62 | 200 |
| 2 | 연공서열 | 14.19 | 73 |
| 3 | 기업들 | 12.12 | 111 |
| 4 | 조직문화 | 11.67 | 92 |
| 5 | 팀원 | 9.33 | 51 |
| 6 | 삼성 | 9.02 | 158 |
| 7 | 단순화 | 8.19 | 33 |
| 8 | 팀제 | 7.73 | 62 |
| 9 | 대기업 | 7.02 | 64 |
| 10 | 지점장 | 6.92 | 45 |
| 11 | 수평적 | 6.67 | 80 |
| 12 | LG | 6.22 | 81 |
| 13 | 직원들 | 6.21 | 140 |
| 14 | 연봉제 | 6.21 | 57 |
| 15 | 인사혁신 | 5.83 | 24 |
| 16 | 인사제도 | 5.71 | 46 |
| 17 | 의사결정 | 5.04 | 38 |
| 18 | 단일화 | 4.88 | 13 |
| 19 | SK | 3.91 | 110 |
| 20 | 관리 목적 | 2.86 | 5 |
우선, 연공서열과 조직문화가 2순위 및 4순위로 등장했다는 점을 보았을 때, 많은 기업들이 기존의 연공서열 중심의 조직문화를 완화하는 것이 직급파괴의 주된 기대이자 목적임을 유추할 수 있다. 또한 관련하여, ‘팀제’, ‘수평적’, ‘의사결정’, ‘단일화’ 등의 키워드가 함께 상위에 위치한 것으로 보아, 기존의 연공서열 중심의 조직문화를 완화하고, 이를 통해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과,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증진시키고자 함을 함께 엿볼 수 있었다.
한편, ‘삼성’, ‘LG’, ‘SK’ 등 대기업 이름이 상위 키워드에 명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9순위에 ‘대기업’ 역시 명시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직급파괴는 주요 대기업들에서 시행하고 있고, 이 때문에 직급파괴 제도에 주목하여 그 외 공기업과 중소기업 또한 주목하고 있음 역시 유추할 수 있다. 이를 빅카인즈의 워드 클라우드 기능을 통해 시각화하면 그림 3
4.4 연구 1 논의 및 가설 설정
빅카인즈를 활용한 뉴스 텍스트 분석 결과, 직급파괴와 관련된 보도에서 ‘연공서열’, ‘조직문화’, ‘수평적’, ‘의사결정’ 등의 키워드가 상위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많은 기업들이 직급파괴 제도를 도입하면서 기존의 연공서열 중심 위계 구조를 완화하고, 보다 수평적인 상호작용과 의사결정 환경을 구축할 것을 기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결과는 직급파괴가 단순한 인사제도 개편을 넘어 조직문화 전반의 변화를 목표로 도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텍스트 분석을 통한 담론적 접근은 기업들이 이 제도를 통해 기대하고 있는 효과를 파악하는 데에는 유용하지만, 이러한 기대가 실제 조직 현장에서 동일하게 구현되는지를 직접적으로 검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직급파괴와 같은 제도적 변화는 그 자체로 조직문화의 변화를 보장하기보다, 구성원들이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수용하는지에 따라 상이한 결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본 연구는 연구 1에서 확인된 담론적 기대가 실제 조직 수준에서도 관찰되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패널 데이터를 활용한 후속 분석을 수행하고자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아래의 가설들은 확정적인 인과관계를 전제하기보다는, 연구 1의 결과로부터 도출된 경험적 예측을 검증하기 위한 분석 가설로 설정되었다.
Schein(1983)의 조직문화 3단계 모형은 이러한 분석을 위한 이론적 틀을 제공한다. 이 모형에 따르면 직급체계와 같은 제도적 장치는 조직문화의 가장 외형적인 차원인 ‘인공물’ 수준에 해당하며, 이러한 변화가 구성원의 가치관이나 기본 가정과 같은 심층적 문화 수준으로 자동적으로 확산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한국과 같이 위계질서가 문화적으로 강하게 내재화된 조직 맥락에서는, 형식적 제도 변화가 실제 인식과 행동의 변화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급체계의 단순화는 구성원 간 상호작용의 상징적 구조를 변화시킬 잠재력을 지닌다는 점에서, 조직문화와의 관계를 경험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4.4.1 직급파괴(단순화)와 위계지향문화
빅카인즈 분석 결과, 직급파괴의 핵심 목적 중 하나가 연공서열 중심의 위계적 조직문화 완화임이 확인되었다. 직급체계의 단순화는 조직 내 공식적 위계질서를 완화함으로써, 구성원들의 가치관 및 행동 양식에 있어서도 변화를 유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단순한 제도 변화가 아니라, 구성원들이 조직 내 상징적 구조물(예: 직급, 호칭 등)에 부여하는 의미가 변화함으로써 나타나는 심층적 문화 변화를 수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해석 과정은 상징적 상호작용 이론(Blumer, 1986)을 통해 보완적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 이론은 인간이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상징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의미에 따라 행동하며 현실을 구성해 나간다고 본다(Blumer, 1986). 특히, 직급이나 호칭같은 인공물은 반복되는 상호작용 속에서 특정한 가치나 지위 질서로 해석되며, 이는 곧 집단 내 공유된 문화로 정착될 수 있다(Ornstein, 1986; Schein, 1983). 따라서 직급파괴는 구성원 간 상징적 구조의 해석틀을 변화시키고, 위계지향적 문화 인식을 약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가설 1 (H1): 직급파괴(단순화)는 조직 내 위계지향문화를 약화시킬 것이다.
4.4.2 직급파괴(단순화)와 혁신지향문화
텍스트 분석에서 도출된 ‘수평적’, ‘의사결정’ 등의 핵심 키워드는 직급파괴가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주요 목표로 함을 시사한다. 직급체계가 단순화되면 구성원 간 상징적 상호작용의 내용과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으며(Beus et al., 2018), 이는 직급이 단순화되면서 기존의 위계와 구조를 구성원들이 더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방향으로 해석하게 만든다(Aksan et al., 2009). 결과적으로 구성원 간의 상호작용은 기존보다 수평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의사소통의 장벽 역시 낮아져 혁신지향적 문화의 형성으로 이어질 것이다.
가설 2 (H2): 직급파괴(단순화)는 조직 내 혁신지향문화를 강화시킬 것이다.
4.4.3 자율성의 조절효과
자율성(autonomy)은 구성원이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업무 수행 방법, 시기, 절차 등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한다(Hackman and Oldham, 1976). 조직 내에서 자율성이 높을수록 구성원들은 주어진 제도나 규칙을 수동적으로 따르기보다는 자신의 역할과 업무 상황을 능동적으로 해석하고 재구성할 수 있다(Parker et al., 1997).
이러한 맥락에서 자율성은 직급파괴(단순화)가 조직문화에 미치는 영향력을 조절하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 상징적 상호작용 이론의 관점에서, 조직 내 제도적 장치들은 그 자체로 정착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사이의 상호작용의 과정을 통해 그 의미가 해석되고 문화로서 정착된다(Blumer, 1986; Ornstein, 1986; Schein, 1983). 이러한 맥락에서 직급파괴(단순화) 또한 이 제도가 의도하는 조직 문화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그 의도를 정확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조직에서 신호를 주어야 한다. 이때, 조직에서 구성원들에게 높은 자율성을 부여할 경우 구성원 개개인은 직급의 변화라는 제도적 신호를 더욱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내재화하여, 기존의 위계질서와 연공서열 중심의 가치체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즉, 자율성이 높을수록 구성원들은 직급파괴(단순화)를 실질적인 위계 완화의 기회로 더욱 강하게 인식하며 기존에 내재화되있던 직급이라는 경계를 넘어서서 더 적극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자율성의 부여는 직급파괴(단순화)의 위계지향문화 약화라는 효과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자율성은 구성원들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행동을 촉진하는 핵심적인 직무 설계 요소로도 알려져 있다(Amabile et al., 1996). 직급파괴(단순화)가 구성원들 간의 심리적 거리감을 낮추고,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상호작용을 촉진할 경우(Beus et al., 2018), 자율성이 높은 환경에서 구성원들은 이러한 변화된 상호작용 방식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자신들의 아이디어와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과적으로 자율성은 직급파괴(단순화)가 혁신지향적 문화를 형성하는 데 긍정적인 촉진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직급단순화와 조직문화 간의 관계가 자율성 수준에 따라 차별적으로 나타나는지를 탐색적으로 검증하고자 한다.
가설 3 (H3): 자율성은 직급파괴(단순화)와 조직 내 위계지향문화 간 음(-)의 관계를 조절할 것이다. 즉, 자율성이 높은 조직일수록, 직급파괴(단순화)와 위계지향문화 간 음(-)의 관계가 더 강해질 것이다.
가설 4 (H4): 자율성은 직급파괴(단순화)와 조직 내 혁신지향문화 간 양(+)의 관계를 조절할 것이다. 즉, 자율성이 높은 조직일수록, 직급파괴(단순화)와 혁신지향문화 간 양(+)의 관계가 더 강해질 것이다.
4.4.4 개인성과급의 조절효과
개인성과급(individual pay-for-performance)이란 조직구성원의 개별 성과에 따라 차등적으로 보상하는 성과보상제도의 일종으로, 구성원의 업무동기와 성과 책임성을 촉진하는 대표적인 관리 수단이다(Gerhart and Fang, 2014). 개인성과급이 도입된 조직에서는 성과에 대한 명확한 평가 기준과 보상체계를 통해 구성원의 역할 인식과 업무수행 방식에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상징적 상호작용 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개인성과급 또한 구성원 간 상호작용 과정에서 해석되고 의미화되는 중요한 상징적 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Blumer, 1986; Mac Lean, 2008). 특히 개인성과급이 명확한 개인 성과와 책임성에 기반한 보상이라는 상징을 가질 경우, 구성원들은 직급체계가 단순화된 환경에서 더 이상 직급이나 연공 서열의 눈치를 보지않고, 개인의 성과와 능력에 더욱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된다. 즉, 개인성과급 제도가 존재할 때, 구성원들은 위계보다 개인 성과라는 새로운 상징에 더 강한 의미를 부여하게 되어, 직급파괴(단순화)의 위계 완화 효과가 더욱 강력해질 수 있다.
또한 개인성과급이 존재하는 조직 환경에서는 구성원이 자신의 업무를 더욱 능동적이고 창의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보상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에 서 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Janssen, 2001). 직급 체계가 단순화되어 구성원 간의 심리적 거리감이 줄어들고, 더욱 개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질 경우, 개인성과급은 이러한 변화와 상호작용하여 구성원이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더욱 적극적으로 표현하게 하는 동기부여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개인성과급은 직급파괴(단순화)와 결합하여 혁신지향적 문화를 더욱 촉진하고 강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직급단순화와 조직문화 간의 관계가 개인성과급 시행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지를 탐색적으로 검증하고자 한다.
가설 5 (H5): 개인성과급은 직급파괴(단순화)와 조직 내 위계지향문화 사이 음(-)의 관계를 조절할 것이다. 즉, 개인성과급 제도를 실시하는 조직에서 직급파괴(단순화)와 위계지향문화 간 음(-)의 관계가 더 강해질 것이다.
가설 6 (H6): 개인성과급은 직급파괴(단순화)와 조직 내 혁신지향문화 간 양(+)의 관계를 조절할 것이다. 즉, 개인성과급 제도를 실시하는 조직에서 직급파괴(단순화)와 혁신지향문화 간 양(+)의 관계가 더 강해질 것이다.
다음 장에서는 이러한 가설들을 토대로 국내 패널 데이터를 활용한 실증 분석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직급파괴(단순화)라는 제도적 변화가 조직의 구조적 특성과 문화적 지향성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혹은 그 영향이 인공물 수준의 상징적 변화에 머무르는지를 탐색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Ⅴ. 연구 2: 패널 데이터 분석
5.1 연구 개요 및 연구 대상
연구 2에서는 연구 1의 담론 분석과 이론적 해석을 통해 설정한 가설적 관계들이 실제 기업 자료에서도 어떠한 양상으로 나타나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수집한 인적자본기업패널(Human Capital Corporate Panel; HCCP) 데이터를 활용하였다. HCCP 조사는 두 파트로 나뉘어 있는데, 하나는 각 기업의 기업수준 조사로서 인사담당자(1개 기업당 1인)를 대상으로 조사되며, 다른 하나는 개인수준 조사로서 각 기업의 구성원(1개 기업당 복수의 인원)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진다. 기업수준 조사에는 기업 일반 현황, 인력 구성, 인적자원관리 및 개발제도 등의 자료가 포함되어 있다. 개인수준 조사에서는 기업 소속 근로자들의 기업에 대한 인식과 태도, 그리고 행동을 자기보고식 설문으로 측정한다.
본 연구에서는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시행된 4개 차시(4차~7차)의 HCCP 데이터를 활용하였다. 2005년(1차)부터 2009년(3차)까지의 자료는 설문지 구성이 상이하고, 본 연구에서의 주요 변수들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예: 위계지향문화, 혁신지향문화 등) 분석에서 제외하였다(박지성&옥지호, 2022). 분석 단위는 기업×연도 수준이며, HCCP 의 기업수준 데이터와 개인수준 데이터를 병합하여 패널 구조로 구축하였다.
초기 병합된 총 관측치는 1,923개였으나, 응답 근로자 수가 5인 미만인 기업은 집단 평균 산출의 대표성 확보가 어렵다는 기존 연구의 기준(박지성&옥지호, 2022; James, 1982; Klein and Kozlowski, 2000)을 반영하여 564개의 관측치는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또한, 본 연구에서의 주요 변수인 직급단순화, 조직문화, 자율성, 개인성과급 등에 대한 응답이 결측으로 처리된 관측치를 추가로 제거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최종 분석 표본은 1,292개의 기업×연도 관측치이며, 이 중 고유 기업 수는 475개이다. 산업 분포를 살펴보면, 제조업이 총 996건(77.09%)으로 가장 많았으며, 금융업은 69건(5.34%), 비금융 서비스업은 227건(17.57%)으로 나타나 다양한 업종에 걸쳐 표본이 분포되어 있었다. 연도별로는 2011년 294건(22.76%), 2013년 345건(26.70%), 2015년 308건(23.84%), 2017년 345건(26.70%)으로, 각 시점 간 표본 수는 비교적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5.2 변수의 측정
본 연구에 사용된 변수의 종류와 측정 방법 및 점수 구성 방식에 대한 내용은 표 3
Table 3 변수 설명 및 구성 방법
| 변수 | HCCP 문항 및 응답 척도 | |
|---|---|---|
| 산업(대분류) | 제조업(1), 금융업(2), 비금융(3) | |
| 기업규모 | 총 근로자 수 | |
| 기업연령 | 조사년도 - 기업의 설립년도 | |
| 경영체제 | 귀사의 경영체제(오너경영/전문경영)는 어떠합니까? : 완전한 오너경영(1) ~ 완전한 전문경영자 체제(4) | |
| 직급단순화 강도 | 직전 조사시점 대비 사원급 직급 단계 수의 변화량 즉, 사원급 직급 단계수(t년도)-사원급 직급 단계수(t-2년도) * 해석 용이성을 위해 부호를 반전하여 값이 클수록 직급단순화 정도가 큼 | |
| 위계지향문화 | 1. 우리 회사는 공식적인 절차, 규칙 및 방침을 중시한다 | 전혀 그렇지 않음(1) ~ 전적으로 그러함(5) |
| 2. 우리 회사의 의사전달이나 정보 흐름은 하향식이다. | ||
| 3. 우리 회사는 서열의식을 강조하는 조직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 ||
| 혁신지향문화 | 1. 우리 회사는 변화와 새로운 시도를 장려한다. | |
| 2. 우리 회사는 혁신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진다 | ||
| 3. 우리 회사에서는 성실한 사람보다 창의적인 사람이 대우를 받는다. | ||
| 자율성 | 1. 팀의 문제해결 및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 |
| 2. 업무를 주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자율성이 부여된다. | ||
| 개인성과급 | 귀사의 성과급제도 실시 현황에 대해서 응답해 주십시오. 개인성과급(인센티브) : 실시하지 않음(0), 실시중임(1) | |
5.2.1 독립변수와 조절변수
본 연구에서는 패널 데이터의 설문 문항에 따라 독립변수를 직급파괴의 대표적 형태인 직급단순화로 설정하였다. 직급단순화를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사원급 직급 단계 수의 직전 조사 대비 변화량을 계산하여 직급구조의 실질적 변화가 반영되도록 하였다. 이러한 변화량 기반 지표는 단순히 제도 도입 여부만을 구분하는 이항 변수에 비해, 직급 구조가 어떤 방향으로, 어느 정도의 강도로 변화했는지를 보다 정밀하게 포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위해 기업수준 설문 문항인 “귀사에서 임원급과 사원급 내(內)의 직급은 각각 몇 단계입니까?”에 대한 응답 중 사원급 직급 단계 수를 활용하였으며, 패널이 2년 간격(2011–2013–2015–2017년)으로 조사된 특성을 반영하여 각 시점의 변화량을 구성하였다. 단, 2011년 변화량을 산출하기 위해서는 직전 조사인 2009년(3차 조사)의 응답값을 추가로 활용하였다. 이렇게 산출된 변화량은 직급 단계 수가 감소하면 음수 값으로 나타나는데, 이를 직급단순화가 더 강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점에서 결과 해석에 혼동을 줄 수 있다. 이에 따라 해석의 직관성을 높이기 위해 부호를 반전하였으며, 이를 통해 값이 클수록 직급단순화가 더 크게 나타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재구성하였다.
조절변수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먼저, 자율성은 근로자 응답자료를 활용하여 측정하였으며, 두 개의 문항에 대한 평균값을 산출하였다. 해당 문항은 “팀의 문제해결 및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및 “업무를 주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자율성이 부여된다”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혀 그렇지 않음(1)”부터 “전적으로 그러함(5)”까지의 5점 리커트 척도로 측정되었다.
개인성과급 시행 여부는 기업 수준 설문 문항을 활용하여 측정하였다. 기업의 인사제도 운영 현황에 대해 인사담당자가 응답한 자료 중, “귀사의 성과급 제도 실시 현황에 대해서 응답해 주십시오”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 중 “개인성과급(인센티브)” 항목에 주목하였다. 해당 항목에 대해 “실시하지 않음”은 0, “실시 중임”은 1로 이진변수를 구성하였다. 이는 기업 단위에서 개인성과급제도를 공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변수로 활용되었다.
5.2.2 종속변수
혁신지향문화, 위계지향문화는 근로자용 설문 문 항 중 12개의 문항으로 구성된 기업문화 설문을 사용하였다(류동우 & 손영우, 2019; 이동선, 2017). 해당 설문은 경쟁가치모형(Cameron and Quinn, 1999)에서 제시하는 네 가지 조직문화 유형(혁신지향, 관계지향, 위계지향, 시장지향)을 각각 세 개의 문항으로 측정하며, 이 중 본 연구에서는 혁신지향문화와 위계지향문화에 해당하는 세 문항씩을 평균하여 활용하였다. 예를 들어, 혁신지향문화는 “우리 회사는 변화와 새로운 시도를 장려한다”는 문항을 포함한 세 문항으로, 위계지향문화는 “우리 회사는 공식적인 절차, 규칙 및 방침을 중시한다”는 문항을 포함한 세 문항으로 측정되었다.
5.2.3 통제변수
통제변수로는 산업 분류, 기업 규모, 경영체제, 기업 연령을 포함하였다. 산업분류는 HCCP 조사에서 사용된 대분류 기준인 제조업, 금융업, 비금융의 세 유형을 사용하여 업종별 더미변수를 생성하였다. 기업 규모는 총 근로자 수로 측정되었다. 경영체제는 “귀사의 경영체제(오너경영/전문경영)는 어떠합니까?”라는 문항에 대한 4점 리커트 척도(완전한 오너경영(1)~완전한 전문경영자 체제(4)) 응답을 사용하였다. 기업연령은 조사년도에서 해당 기업의 설립년도를 뺀 값을 사용하였다. 또한 HCCP 자료가 패널 데이터임을 감안하여, 본 연구에 사용한 최초년도(4차: 2011)를 기준으로 나머지 5차(2013), 6차(2015), 7차(2017) 연도를 더미변수로 투입하여 통제하였다. 한편 근로자들로부터 측정한 응답값을 사용하여 구성된 변수들(혁신지향문화, 위계지향문화, 자율성)에 대해서는 기업 단위로 집계되기 위한 집단화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신뢰도 및 집합지수 검토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표 4
Table 4 근로자 측정 변수의 신뢰도 및 집합지수
| 변수 | Cronbach's α | ICC(1) | ICC(2) | rwg |
|---|---|---|---|---|
| 혁신지향문화 | .831 | .183 | .891 | .776 |
| 위계지향문화 | .606 | .124 | .838 | .845 |
| 자율성 | .821 | .125 | .801 | .759 |
5.3 분석 방법
본 연구는 기업의 연도별 반복 관측치를 활용한 패널 자료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므로, 회귀분석 시 패널자료에 적합한 고정효과(fixed effects) 모형과 확률효과(random effects) 모형을 모두 적용하였다. 고정효과 모형은 각 기업의 고유하고 변하지 않는 특성이 종속변수에 미치는 영향을 통제함으로써 독립변수의 순수한 효과를 추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며, 확률효과 모형은 이러한 불변 특성이 확률적으로 분포되어 있다고 가정하여 보다 효율적인 추정을 도모한다. 두 모형 중 어느 것이 더 적절한지를 판단하기 위해 하우스만 검정(Hausman test)을 실시한 결과(Baltagi, 1995), 위계지향문화(χ²(7) = 21.87, p = .0027)와 혁신지향문화(χ²(7) = 19.04, p = .0081) 모두에서 고정효과와 확률효과 모형 간 계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고정효과 모형이 더 적합한 것으로 판단하였으며, 이후의 분석과 해석은 고정효과 추정치를 기준으로 보고하였다.
5.4 연구 결과
5.4.1 기초통계 및 상관관계 분석
본 연구에 포함된 주요 변수들의 기술통계량과 상관분석 결과는 표 5
Table 5 기술통계 및 변수 간 상관분석 결과
| 변수 | 평균 | 표준편차 | 1 | 2 | 3 | 4 | 5 | 6 | 7 | |
|---|---|---|---|---|---|---|---|---|---|---|
| 1 | 기업규모 | 870.38 | 2,116.98 | |||||||
| 2 | 경영체제 | 2.14 | 1.2 | .275*** | ||||||
| 3 | 기업연령 | 34.88 | 17.59 | .039 | –.046 | |||||
| 4 | 직급단순화 강도 | .03 | 1.24 | .014 | –.010 | .012 | ||||
| 5 | 혁신지향문화 | 3.29 | .37 | .223*** | .220*** | –.023 | –.015 | |||
| 6 | 위계지향문화 | 3.53 | .34 | .261*** | .230*** | .096** | –.016 | .718*** | ||
| 7 | 자율성 | 4.06 | .37 | .208*** | .177*** | –.033 | –.007 | .350*** | .373*** | |
| 8 | 개인성과급 시행 여부 | .41 | .49 | .140*** | .143*** | .067* | .004 | .218*** | .149*** | .089** |
주: *p < .05, **p < .01, ***p < .001.
상관분석 결과, 직급단순화 강도는 혁신지향문화, 위계지향문화와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이지는 않았다(p < .05). 한편, 혁신지향문화와 위계지향문화는 r = .718(p < .001)로 매우 높은 정적 상관을 보였으며, 두 문화는 자율성(r = .350, r = .373, p < .001) 및 성과급 제도(r = .218, r = .149, p < .001)와도 유의한 정적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는 서로 상반된 문화 유형이라 하더라도, 자율성 또는 보상 시스템과 같은 조직 구성 요소를 공유하거나 동시에 강화하는 방식으로 공존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기업연령은 위계지향문화(r = .096, p < .01)와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및 성과급 제도 (r = .067, p < .05)와 유의한 정적 상관을 보여, 기업의 연차가 오래될수록 위계적 특성이 강화되는 경향이 일부 존재함을 시사한다. 이러한 기초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하여, 직급단순화가 조직 구조 및 조직문화에 미치는 인과적 영향을 보다 정밀하게 검토하기 위해 패널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5.4.2 패널 회귀분석
패널 회귀분석 결과는 표 6
Table 6 패널 회귀분석 결과 (종속변수: 위계지향문화; 조절변수: 자율성)
| 변수 | 모형1 | 모형2(가설1) | 모형 3(가설3) | ||||||
|---|---|---|---|---|---|---|---|---|---|
| b | S.E. | p-value | b | S.E. | p-value | b | S.E. | p-value | |
| 상수항 | 3.280 | .155 | .000 | 3.280 | .155 | .000 | 3.005 | .167 | .000 |
| 기업규모 | .034 | .023 | .138 | .034 | .023 | .138 | .029 | .022 | .197 |
| 경영체제 | .001 | .010 | .955 | .001 | .010 | .951 | –.001 | .010 | .933 |
| 기업연령 | .001 | .002 | .738 | .001 | .002 | .742 | .000 | .002 | .997 |
| 산업(금융) | 생략됨 | 생략됨 | 생략됨 | ||||||
| 산업(비금융) | 생략됨 | 생략됨 | 생략됨 | ||||||
| 연도(2013) | –.008 | .016 | .616 | –.008 | .016 | .627 | –.001 | .016 | .969 |
| 연도(2015) | –.010 | .018 | .588 | –.010 | .018 | .586 | –.001 | .018 | .970 |
| 연도(2017) | –.030 | .021 | .155 | –.030 | .021 | .154 | –.019 | .021 | .355 |
| 직급단순화 | –.001 | .004 | .729 | –.098 | .051 | .056 | |||
| 자율성 | .080 | .020 | .000 | ||||||
| 직급단순화×자율성 | .024 | .013 | .057 | ||||||
| R² (within) | .007 | .007 | .03 | ||||||
| F-value | .96 | .84 | 2.98*** | ||||||
주: *p < .05, **p < .01, ***p < .001.
Table 7 패널 회귀분석 결과 (종속변수: 혁신지향문화; 조절변수: 자율성)
| 변수 | 모형1 | 모형2(가설2) | 모형 3(가설4) | ||||||
|---|---|---|---|---|---|---|---|---|---|
| b | S.E. | p-value | b | S.E. | p-value | b | S.E. | p-value | |
| 상수항 | 3.351 | .208 | .000 | 3.352 | .208 | .000 | 2.743 | .221 | .000 |
| 기업규모 | –.0001 | .030 | .999 | .000 | .030 | .999 | –.0112 | .030 | .705 |
| 경영체제 | .007 | .014 | .623 | .007 | .014 | .611 | .003 | .013 | .817 |
| 기업연령 | –.0015 | .003 | .646 | –.0015 | .003 | .635 | –.0031 | .003 | .336 |
| 산업(금융) | 생략됨 | 생략됨 | 생략됨 | ||||||
| 산업(비금융) | 생략됨 | 생략됨 | 생략됨 | ||||||
| 연도(2013) | .005 | .021 | .833 | .005 | .021 | .799 | .019 | .021 | .350 |
| 연도(2015) | –.0424 | .025 | .086 | –.0426 | .025 | .085 | –.0254 | .024 | .293 |
| 연도(2017) | –.0685 | .028 | .016 | –.0689 | .028 | .015 | –.0474 | .028 | .087 |
| 직급단순화 | –.0062 | .006 | .285 | –.0956 | .068 | .160 | |||
| 자율성 | .178 | .026 | .000 | ||||||
| 직급단순화×자율성 | .022 | .017 | .181 | ||||||
| R² (within) | .027 | .028 | .084 | ||||||
| F-value | 3.72*** | 3.35*** | 8.28*** | ||||||
주: *p < .05, **p < .01, ***p < .001.
가설 3에 대한 검증 결과는 표 6의 모형 3에 제시되어 있다. 위계지향문화를 종속변수로 설정하고, 직급단순화 강도와 자율성 간의 상호작용 효과를 포함한 고정효과 회귀분석을 실시한 것이다. 전체 모형은 통계적으로 유의했으나 (F = 2.98, p = .0017), 직급단순화 강도와 자율성의 상호작용은 위계지향문화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p > .05).
가설 3은 지지되지 않았다. 가설 4에 대한 검증 결과는 표 7의 모형 3에 제시되어 있다. 혁신지향문화를 종속변수로 설정하고, 직급단순화 강도와 자율성 간의 상호작용 효과를 포함한 고정효과 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 전체 모형은 통계적으로 유의했지만(F = 8.28, p < .001) 직급단순화 강도와 자율성의 상호작용항은 유의하지 않았다(p > .05). 즉, 자율성이 직급단순화와 혁신지향문화 간 양(+)의 관계를 조절한다는 가설 4는 지지되지 않았다. 가설 5에 대한 검증 결과는 표 8
Table 8 패널 회귀분석 결과 (종속변수: 위계지향문화; 조절변수: 개인성과급)
| 변수 | 모형1 | 모형2(가설1) | 모형 3(가설5) | ||||||
|---|---|---|---|---|---|---|---|---|---|
| b | S.E. | p-value | b | S.E. | p-value | b | S.E. | p-value | |
| 상수항 | 3.280 | .155 | .000 | 3.280 | .155 | .000 | 3.270 | .155 | .000 |
| 기업규모 | .034 | .023 | .138 | .034 | .023 | .138 | .035 | .023 | .127 |
| 경영체제 | .001 | .010 | .955 | .001 | .010 | .951 | .001 | .010 | .954 |
| 기업연령 | .001 | .002 | .738 | .001 | .002 | .742 | .001 | .002 | .732 |
| 산업(금융) | 생략됨 | 생략됨 | 생략됨 | ||||||
| 산업(비금융) | 생략됨 | 생략됨 | 생략됨 | ||||||
| 연도(2013) | –.008 | .016 | .616 | –.008 | .016 | .627 | –.007 | .016 | .679 |
| 연도(2015) | –.010 | .018 | .588 | –.010 | .018 | .586 | –.009 | .018 | .618 |
| 연도(2017) | –.030 | .021 | .155 | –.030 | .021 | .154 | –.031 | .021 | .140 |
| 직급단순화 | –.001 | .004 | .729 | .006 | .006 | .349 | |||
| 개인성과급 | .008 | .018 | .673 | ||||||
| 직급단순화×개인성과급 | –.016 | .009 | .085 | ||||||
| R² (within) | .007 | .007 | .01 | ||||||
| F-value | .96 | .84 | 1.00 | ||||||
주: *p < .05, **p < .01, ***p < .001.
Table 9 패널 회귀분석 결과 (종속변수: 혁신지향문화; 조절변수: 개인성과급)
| 변수 | 모형1 | 모형2(가설2) | 모형 3(가설6) | ||||||
|---|---|---|---|---|---|---|---|---|---|
| b | S.E. | p-value | b | S.E. | p-value | b | S.E. | p-value | |
| 상수항 | 3.351 | .208 | .000 | 3.352 | .208 | .000 | 3.340 | .208 | .000 |
| 기업규모 | –.0001 | .030 | .999 | .000 | .030 | .999 | –0.0013 | .030 | .967 |
| 경영체제 | .007 | .014 | .623 | .007 | .014 | .611 | .007 | .014 | .613 |
| 기업연령 | –.0015 | .003 | .646 | –.0015 | .003 | .635 | –0.0015 | .003 | .654 |
| 산업(금융) | 생략됨 | 생략됨 | 생략됨 | ||||||
| 산업(비금융) | 생략됨 | 생략됨 | 생략됨 | ||||||
| 연도(2013) | .005 | .021 | .833 | .005 | .021 | .799 | .004 | .021 | .839 |
| 연도(2015) | –.0424 | .025 | .086 | –.0426 | .025 | .085 | –.0445 | .025 | .072 |
| 연도(2017) | –.0685 | .028 | .016 | –.0689 | .028 | .015 | –.0743 | .029 | .009 |
| 직급단순화 | –.0062 | .006 | .285 | –.0017 | .008 | .829 | |||
| 개인성과급 | .046 | .024 | .059 | ||||||
| 직급단순화×개인성과급 | –.0101 | .013 | .420 | ||||||
| R² (within) | .027 | .028 | .033 | ||||||
| F-value | 3.72*** | 3.35*** | 3.08*** | ||||||
주: *p < .05, **p < .01, ***p < .001.
직급파괴가 조직문화에 미치는 영향이 단선적이지 않으며,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자율성이 메커니즘으로 작동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조직문화나 보상제도와 같은 제도적·심리적 맥락이 결합되더라도, 직급단순화가 조직문화 수준을 결정짓는 일관된 변화의 복합성과 맥락 의존성을 재확인할 수 있다.
Ⅵ. 논 의
6.1 연구 결과 요약
본 연구는 직급파괴 제도, 특히 직급단순화가 한국 기업에서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도입되었는지를 뉴스 텍스트 분석을 통해 파악하고, 이러한 기대효과가 실제 조직 현장에서 구현되는지를 패널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실증적으로 검증하고자 하였다.
연구 1에서 빅카인즈를 활용한 뉴스 텍스트 분석 결과, 직급파괴 관련 보도에서는 ‘연공서열’, ‘조직문화’, ‘수평적’, ‘의사결정’ 등의 키워드가 상위에 위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많은 기업들이 직급파괴 제도를 도입하는 주된 목적이 기존의 연공서열 중심의 위계적 조직문화를 완화하고, 보다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과 혁신적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데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 2에서는 이러한 기대효과가 실제로 나타나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인적자본기업패널(HCCP) 데이터를 활용한 패널 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 결과, 직급단순화 제도는 위계지향문화와 혁신지향문화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자율성 및 개인성과급 시행 여부를 조절변수로 설정한 상호작용 분석에서도, 직급단순화의 효과가 조직 내 자율성 수준 및 개인성과급 시행 여부라는 맥락요인에 따라 체계적으로 달라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표면적 제도 변화만으로는 조직문화가 쉽게 변화하지 않는다는 기존 논의와 맥을 같이하지만, 본 연구는 이 현상을 보다 구체적인 이론적 관점에서 해석하고자 한다. 첫째, 직급단순화는 조직 내 공식적 위계 구조를 변화시키는 제도적 장치이지만, 구성원의 일상적 상호작용과 행동을 직접적으로 규율하는 규범이나 강제 메커니즘은 아니다. 직급 체계의 단순화는 구성원들에게 수평적 상호작용에 대한 신호를 제공할 수는 있으나, 그 신호가 실제 상호작용 속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수용되는지는 별도의 사회적 과정에 의해 결정된다. 상징적 상호작용 이론에 따르면, 조직 제도는 그 자체로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간 반복되는 상호작용을 통해 의미화될 때 비로소 문화로 정착된다(Blumer, 1986).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직급단순화가 조직문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제도 변화가 구성원들의 상호작용 방식 속에서 일관되게 해석되고 재생산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본 연구의 결과는 이러한 의미화 과정이 자동적으로 발생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둘째, 공식적 직급 구조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조직 내 비공식 위계가 지속적으로 작동했을 가능성 역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국 조직에서는 연공, 성과, 핵심 인력 여부, 관리자와의 관계 등 다양한 비공식 위계가 공식 직급과 병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비공식 위계가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직급단순화라는 제도 변화가 구성원들의 인식이나 행동 수준에서 실질적인 위계 완화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 즉, 직급이라는 상징적 인공물이 변화하더라도, 이를 둘러싼 다른 상징 체계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조직문화 차원에서는 유의미한 변화가 관찰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셋째, 직급단순화와 조직의 보상 및 관리 제도 간 디커플링 가능성도 중요한 해석 단서가 된다. 직급 구조는 단순화되었으나 성과 평가나 보상 체계가 기존의 개인 중심, 상사 재량 중심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면, 구성원들은 직급단순화를 실질적인 권한이나 발언 기회의 확대로 해석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제도 변화는 상징적 수준에 머무르며, 조직문화로의 확산은 제한된다. 본 연구에서 자율성과 개인성과급의 조절효과가 제한적으로만 나타난 점은, 직급단순화의 효과가 다른 내부 제도 환경과 정합적으로 결합되지 않을 경우 그 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조직문화 변수 자체의 특성 역시 고려되어야 한다. 조직문화는 비교적 안정적이고 장기적으로 형성되는 집단적 인식 체계로, 단기간의 제도 변화나 단일 제도 개편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본 연구에서 사용한 패널 자료는 2년 단위로 수집된 기업 수준 자료로, 직급단순화의 효과가 문화 차원에서 누적·확산되는 과정을 포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는 본 연구의 결과가 직급단순화의 효과 부재를 의미한다기보다, 문화 변화가 관찰 가능한 수준에 이르기까지 추가적인 시간과 보완적 제도 조건이 필요함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종합하면, 표면적 제도 수준에서의 변화인 직급단순화가 조직문화의 심층 수준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보다 복합적인 조건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Schein(1983)의 조직문화 3단계 모형에 따르면, 인공물 수준의 변화는 조직문화의 가장 외형적인 차원에 해당하며, 이러한 변화가 구성원의 가치관이나 기본 가정과 같은 심층적 문화 수준으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인식 전환과 경험 축적이 동반되어야 한다. 본 연구의 결과는 이론적으로도, 직급단순화와 같은 구조적 제도 개편이 심층 문화 수준의 변화로 자동적으로 이어지지 않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직급파괴 제도가 조직문화 변화의 필요조건이 될 수는 있으나, 충분조건이 되기는 어려움을 보여준다. 특히 한국과 같이 위계질서가 문화적으로 강하게 내재화된 맥락에서는, 형식적 직급체계의 변화만으로는 구성원들의 인식과 행동 방식에 근본적 변화를 유발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직급 제도가 의도한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제도 도입을 넘어, 구성원들의 실질적 수용과 실행을 촉진할 수 있는 추가적인 노력과 보완적 제도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6.2 연구의 시사점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학문적 시사점을 가진다. 첫째, 본 연구는 직급파괴와 관련된 대부분의 선행 연구들이, 직급파괴라는 제도에 대한 조직구성원의 인식을 독립변수로 사용하여, 그에 따른 구성원들의 태도를 살펴보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직급파괴 제도 자체를 독립변수로 설정하여 정량적 분석을 실시한 최초의 논문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물론, 제도의 도입에 대해 구성원들이 어떻게 인식하는지가 그 제도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에 대한 인식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나, 이는 실제로 그 제도가 공식적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회사 차원에서 확인하기 어려울 뿐더러, 조직구성원 개개인이 모두 그 제도를 잘 인식할 수 없다는 점에서 역시 한계를 갖는다. 그러나, 해당 연구에서는 HCCP를 통해, 본사에서 측정 시점 이전에 직급파괴제도를 시행하였는지 아닌지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고, 그에 따른 구성원의 위계적 조직문화에 대한 인식을 확인함으로써, 좀 더 객관적으로 그 제도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둘째, 본 연구는 Schein(1983)의 조직문화 3단계 모형 및 Blumer(1986)의 상징적 상호작용 이론을 활용하여 직급파괴 및 직급단순화 현상을 분석함으로써 조직문화 변화와 관련된 기존의 이론적 논의를 확장하였다. 기존의 조직문화 연구는 주로 문화의 특정 요소나 단편적 차원에 집중하여 조직문화를 파악하거나, 문화와 성과의 직접적 관계를 분석하는 양적 접근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Schneider et al., 2017). 이와는 달리 본 연구는 Schein(1983)의 조직문화 모형과 Blumer(1986)의 상징적 상호작용 이론을 통해 조직문화의 표면적 변화가 심층적 가치와 기본 가정의 변화를 어느 정도 유발하는지, 근본적인 변화와 연결되는지, 아니면 단지 표면적 변화에 머무는지를 규명함으로써 조직문화 이론을 보다 통합적이고 심층적인 시각에서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였다.
셋째, 본 연구는 직급파괴 현상에 대해 뉴스 텍스트 분석과 패널 데이터 분석이라는 양적 및 질적 접근을 함께 사용함으로써 기존 연구들의 방법론적 한계를 극복하였다. 기존 연구들은 양적 방법론과 질적 방법론을 함께 사용할 경우 대체로 설문조사와 함께 인터뷰를 통한 질적 탐색을 주로 활용하였다(김나정, 2022). 그러나 인터뷰는 주로 연구 참여자가 자신의 경험을 회상하여 이야기하기 때문에 연구자의 주관적 해석에 따라 데이터가 왜곡될 가능성이 존재하며(Charmaz and Thornberg, 2021), 특정 개인의 편향된 시각에 따라 현상의 본질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Eisenhardt et al., 2016). 반면 본 연구가 사용한 뉴스 텍스트 분석은 언론 보도 데이터를 통해 직급파괴 현상이 나타난 맥락을 자연스럽고 객관적으로 포착하여, 연구자의 개입 없이도 현상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직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터뷰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였다. 또한 패널 데이터 분석은 직급파괴가 실제 조직 내에서 위계적 문화 및 소통 활성화에 미친 효과를 시간에 따른 변화를 고려하여 정량적으로 검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Yin, 2017). 이러한 방법론적 결합을 통해 본 연구는 질적 탐색을 통한 현상 파악과 양적 분석을 통한 실제 효과 검증을 동시에 수행함으로써, 보다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관점에서 직급파괴 현상을 조명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방법론적 기여가 존재한다.
실무적으로, 많은 대기업들이 직급을 축소하였다가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등 직급파괴의 그 실효성을 확신하지 못해 직급과 관련된 다양한 제도들을 운영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본 연구는 직급파괴 도입이 실제로 어떤 조직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검증함으로써, 기업이 제도 도입 여부를 판단할 때 유용한 근거를 제공한다. 특히 본 연구는 빅카인즈를 활용한 텍스트 분석을 통해 직급파괴라는 현상이 단지 사회적 담론에서의 키워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기업 현장에서 기대하는 위계적 조직문화의 완화와 원활한 사내 소통 활성화라는 구체적 목적과 연결되는지 검증했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이러한 결과는 직급파괴를 도입하거나 유지하려는 기업들에게 단순한 직급 축소나 호칭 변경과 같은 표면적 제도 개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조직문화의 실질적 변화를 위해서는 Blumer(1986)의 상징적 상호작용 이론이 제시하듯, 구성원들이 변화의 의미를 공유하고 재해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리더십 교육, 내부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 공정한 평가·보상체계 등 추가적 장치의 병행이 필요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기업들이 직급 관련 제도 개편을 추진할 때, 제도적 단순화에 그치지 않고 구성원 인식 변화와 문화 내면화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실무적 방향성을 제시한다.
6.3 연구의 한계점 및 향후 연구
본 연구의 패널 분석 결과 직급단순화는 실제로 기대한 위계질서 완화나 소통 활성화에 유의미한 효과를 나타내지 않았다. 이는 Schein(1983)의 조직문화 모형에서 제시된 바와 같이, 인공물과 창조물 수준에서의 변화만으로는 구성원들의 가치와 기본 가정이라는 심층적이고 무의식적인 수준의 변화를 촉진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로 많은 조직에서는 직급 체계와 임금 체계를 형식적으로 분리 운영하는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이 나타나며, 이는 직급·호칭 변화가 상징적 조치에 그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예컨대, 겉으로는 모든 직원을 동일 호칭으로 부르지만, 조직구성원들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직급 체계를 심리적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호칭 변화가 단지 표면적인 상징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실제로 중앙일보 관련 기사에서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는 “호칭 변화는 상징은 될 수 있지만 낮은 수준의 혁신에 불과하다”며, “실제 조직 수평화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창조적인 의견을 얼마나 반영하고 평가·보상하는가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함승민, 2017). 따라서 향후 연구는 직급파괴 제도 도입과 실질적 조직문화 변화 간의 디커플링 현상을 보다 명확히 규명하고, 단순히 호칭이나 직급 축소가 아니라 평가와 보상 시스템 같은 보다 심층적이고 본질적인 제도 변화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조직문화의 실질적 변화가 가능한지를 탐색할 필요가 있다. 관련하여 많은 신문 기사들에서는 경력직 중심의 채용, 수평적 문화의 정착, 직무 중심 인사제도 개편 등을 병행해야 한다고 보도한바 있다(공태윤, 2020). 그러나 이는 현장에서의 외침일 뿐 실제로 같이 진행했을 때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인지에 대해서는 검증된 바가 없다. 따라서 관련 리더십 유형, 구성원의 경력 단계, 조직 규모와 업종 특성, 임금 및 평가 체계 등 다양한 경계조건이나 매개요인을 추가로 탐색하여, 직급파괴 제도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 상황적 조건을 실증적으로 검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본 연구는 뉴스 텍스트 분석과 패널 데이터 분석을 통해 직급파괴의 효과를 살펴보았으나, 조직 내 구성원 개인 차원의 인식이나 태도 변화 과정을 면밀히 파악하지는 못했다는 한계를 갖는다. 따라서 향후 연구에서는 조직 내 구성원 개개인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나 종단적 설문조사 등 추가적인 질적·양적 방법을 활용하여, 제도 변화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인식과 태도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다 심층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한편, 본 연구의 실증 분석에서는 직급단순화 변수와 조직문화 변수(위계지향문화, 혁신지향문화)가 동일 시점에 관측되었다는 자료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직급단순화가 선행하고 조직문화 변화가 뒤따른다는 방향성을 충분히 검증하지 못하였다. 향후 연구에서는 시차 변수(lagged variables)를 활용하거나, 동일 기업의 제도 변화와 문화 변화를 장기간에 걸쳐 추적하는 종단적 설계를 도입함으로써, 제도 변화와 문화 변화 간의 인과적 경로를 보다 명확하게 규명할 필요가 있다.
6.4 결론
본 연구는 한국 기업에서 확산되고 있는 직급파괴(직급단순화)가 조직 내 위계 완화와 조직문화 전환이라는 기대 속에 어떻게 담론화되어 왔는지를 분석하고, 이러한 제도적 변화가 실제로 조직문화의 심층적 수준에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실증적으로 검토하였다. 먼저 뉴스 텍스트 분석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직급단순화 제도가 어떠한 담론적 맥락에서 도입되었는지를 살펴본 결과, 해당 제도는 위계적 조직문화를 완화하고 수평적인 의사소통을 촉진하기 위한 개혁적 시도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이는 직급단순화가 단순한 운영 효율화 수단을 넘어, 조직문화 전환을 기대하며 도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패널 데이터를 활용한 실증분석 결과, 직급단순화와 같은 표면적 제도 개편은 위계지향문화와 혁신지향문화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제도 도입만으로는 조직문화의 변화가 자동적으로 발생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에 직급단순화의 효과가 자율성이나 개인성과급과 같은 맥락적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상호작용 효과도 분석하였으나, 이들 조절변수와의 결합 역시 유의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이는 자율성이나 보상구조와 같은 조직 환경을 함께 고려하더라도 단순 제도의 조합만으로는 조직문화의 변화를 촉진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를 시사한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가 직급파괴가 무용하다는 것의 근거로 해석되기보다는, 직급파괴의 효과를 표면적 변화에만 머무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볼 수 있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진정한 조직문화의 혁신은 제도 하나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리더십, 평가와 보상 체계, 그리고 자율성을 보장하는 직무 설계와 같이 다차원적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에야 비로소 실질적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향후 연구에서는 직급체계 개편과 더불어 다양한 제도적·문화적 요인을 함께 고려한 포괄적 조직 설계 방안을 검토하고 이를 실증적으로 검증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